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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탐방기 : 청소년 새샘터
등록일 2001-03-29
조회 2,789


약물남용 청소년을 위한 국내 유일의 중간시설 - '청소년 새샘터'를 찾아


자료개발팀

조금은 높은 지대에 마당이 깊은 조금은 어색한 집 한채가 있다. 조용할 것만 같던 집안을 들어서니 마당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급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급히 김장을 담그는 아주머니들과 한달에 한번씩 찾아와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미용사 아주머니, 그리고 제 순서를 기다리며 부지런히 잔심부름을 하는 아이들까지…. 낮은 단층의 자그마하고 조촐해 보이는 집이지만, 그안에서 넘쳐나는 정겨움과 소박함은 참으로 감동스럽다.청소년새샘터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약물남용 청소년만을 위한 중간거주시설이다.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용어인 중간거주시설은 교정·보호시설이나 치료시설에서 퇴원한 사람들의 재활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작은 사회의 형태를 띤 한 집단에서 카운슬러, 사회사업가 등의 전문가들이 재활과정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약물남용 관련분야에서는 올들어 이러한 시설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설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돼온 상태였다. 그러던 지난 9월 6일 예고도 없이 '청소년새샘터'라는 이름의 중간시설 하나가 생겨났다. 새샘터를 만든 사람들은 김영근 신부와 그와 뜻을 같이한 4명의 파트너. 새샘터를 만들게 된 스토리를 김영근 신부에게 들어봤다. 7∼8년전 철학과정을 마치고 신학과정에 들어가기 전 김영근 신부는 동부시립아동상담소에서 2년정도 실습을 하며, 약물중독 청소년들을 처음 만났다. 당시 상담소에는 약물남용 청소년이 많지는 않았지만, 상담전화를 받다보면 부모나 선생님, 시설 등으로부터의 요청이 부지기수였다. 그중 상당수는 사용단계를 넘어 이미 중독단계에 들어간 아이들로, 이들에게는 단순한 상담이 아닌 일시적인 보호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곳은 당시 동부시립아동상담소가 유일했고, 보다 충분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후 93년 5월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그는 약물중독 관련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일본은 이미 10년전부터 약물중독자를 위한 중간거주시설이 생겨났고 자조그룹도 많았다. 대부분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그룹이었지만 청소년 관련단체도 3곳이 있었다. 관련단체들에서 활동을 하며 어른, 청소년 할 것없이 이런 시설이 전무한 국내의 상황을 돌아보게 되었다.
5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그는 지난 3월 귀국했다. 물론 중간거주시설에 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해서였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 등을 통해 여전히 아니 더 심각해진 청소년 약물문제를 절감하고 하루빨리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관련전문가를 만나고 회복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일이 되려고 했던지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풀려, 6월부터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파트너로 본격적인 시설 만들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개인상담, 심리가족치료를 전공한 상담가와 성지고, 공부방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학습지도 담당자, 그리고 과거엔 아이들과 같은 아픔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상담공부를 하며 아이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있는 봉사자까지, 구상했던 이상적인 구조였다. 예수회의 지원을 받고 일본에서 약물상담을 하며 받은 돈 등을 합쳐 보증금 1,500만원의 허름한 집 하나를 마련했다. 아이들에게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집수리를 하고, 스텝회의를 하며 어떻게 운영할 지를 의논했다. 역시 문제는 재정확보였다. 최소한 몇개월 치의 운영비라도 갖고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앞으로의 운영을 위해 후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후원회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이들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북돋아준 계기가 있었다. 8월초 한 독지가가 500만원을 전해온 것이다. 스텝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함께 생활할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교정·보호시설과 병원, 상담소, 쉼터 등에 홍보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지역홍보로 개별적인 상담도 속속 들어왔다. 몇차례의 접촉을 가진후 드디어 9월 6일 아이들 4명과 함께 조촐한 개원식을 가졌다. 지금은 보호관찰소에서 소개받은 아이와 직접 상담이 들어와 연결된 아이 2명이 상담을 통해 추가로 입소를 준비하고 있다.아이들을 받는데는 몇가지 간단한 원칙이 있다. 약물남용 문제를 가진 13∼18세의 남자 청소년으로, 정신과적 문제가 있으면 안되고, 단약·재활에 대한 본인의 동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 19∼23세는 스텝회의를 거쳐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9개월에서 1년까지 머무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외출은 한달이 지나야 가능하지만, 스텝을 동반한 외출은 그전에도 가능하다. 이미 제도권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결론은 아주 간단히 내려졌다. 기초교육부터 인성, 직업교육까지 다루어야 겠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만큼 성숙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입소 초기에는 2주 정도에 걸쳐 생활전반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집단역동성을 통한 집단상담 등을 진행한다. 그후에는 지속적인 개인상담과 보다 심도있는 집단상담, 그림치료를 통해 내면에 있는 분노와 낮은 자존감을 떨치도록 돕는다. 또 아이들의 학습정도를 파악해 케이스별로 학습프로그램을 병행한다. 한글도 못 쓸 정도로 학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가 되지 않도록 하루 1시간 반정도를 소요하고 있다.그밖에 자유시간에는 기타를 치고, 타자연습, 독서를 하며, 탁구를 치고 고수부지에 가서 농구를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풍물을 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한주를 정리하고 생활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자유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간거주시설은 그 특성상 어떤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생활자체로서 회복을 돕는 것이므로, 식사와 잠자리, TV시청을 같이하고 얘기를 나누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사는 것 자체를 즐겁고 정겨운 것으로, 그리고 세상을 본인이 노력한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믿고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들이 제대로 재활하기 위해서는 일시보호가 아닌 장기보호와 재활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일련이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서 약물중독 청소년을 중심으로 한 대안학교를 '99년 가을쯤 만들 계획이다. 다만 개교가 여의치 않으면 기존의 대안학교인 성지고등학교로 연결하고, 검정고시를 원하면 서강대학교 검정고시반으로 이어줄 생각이다.
얼마되지 않는 후원금과 사비를 털어 다달이 월세와 관리비를 감당해내야 하는 형편이지만, 스텝들은 "10대 청소년만큼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약물남용을 중단하고 어느정도 정리가 된 상태에서 들어온 아이들이라 그런지 자신의 인생, 생활에 대한 재활의지가 있고 재발하는 일도 아직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아이들이 약물이 좋아서가 아닌 본인이 처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약물을 사용한 경우이므로, 이러한 아이들의 생각과 환경을 생활을 통해, 그리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믿음에서이다. 약물남용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청소년 문제는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아이들은 돌아가야 할 가정, 사회가 변하지 않으면 맘을 잡을 수가 없다. 부모는 부모답게, 어른은 어른다운 모습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아이들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그렇기에 새샘터 스텝들은 부모모임을 통해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지역사회 상담 등 기성세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개인이나 민간이 하기엔 역부족이므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는 여자 청소년들의 약물남용 사례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시설이 전혀 없다는데 안타까움을 느낀다. 약물남용 청소년을 범법자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치료재활부분이 강화돼야 하며, 이를 위해 주변의 힘을 모아주기를 거듭 당부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걱정하는 참다운 어른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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