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문 화 / 서울대 명예교수 매년 그해에 해당되는 12지의 띠가 있어, 지난해는 호랑이띠였고 새해는 토끼띠라고 하는 기미년이 있어 왔다. 그해에 해당되는 동물에 따라서 길흉을 따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격과도 관계지어서 희비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래서 새해 달력 표지에는 그해 동물의 그림이 들어가고 연초의 매스컴에서는 흥미꺼리 기사의 재료도 되었다. 그러나 요 몇해째는 그같은 구습도 사라져가는 것같아 새삼스레 세상이 많이 서양화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자그대로 다사다난했던 묵은 해도 지나가고 새로운 1999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해가 바뀌어 신년이 되면 몸과 마음에 새로움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희망에 찬 밝은 얼굴로 새해에 복많이 받으시라고 축복을 나누게 된다. 지나간 한해에는 새로운 발전과 시작도 많았지만 환난(換難)을 겪느라고 6.25 동란 이래 최대 국난을 맞아 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다른 개발도상국들과는 비교가 안되는 전통과 저력을 지니고 있다. 지나간 한해 동안의 실적을 보아도 자타가 인정할 정도여서 스스로 긍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환난은 사회와 국가경제가 당하고 있는 병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그런 험한 병에 걸렸는가는 신체의 병도 그렇지만 반드시 병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반성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분에 넘치는 유흥과 낭비에 들떴던 것이 나라경제를 망치는 결과가 된 것 아닐까. 일종의 홍역같은 것이라고 비유를 한다면 빨리 이겨내 면역성과 저항력이 생겨야 할 것이다. 면역성이 생기려면 일시적인 고통이나 잊게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도리어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다 일심협력으로 참고 극복하는 원인요법이 필요하다. 엄동설한에도 푸르름을 자랑하는 상록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짧은 소견이었음을「歲寒圖」를 보면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역시 공자님의 말씀에「溫故知新 可以爲師」라는 말이 있다. 지나간 날을 잘 되돌아보면서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겠는데, IMF야말로 우리가 경제대국이 되는데 있어서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었음을 체험시킨 것이다. 얼마전 태국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은 우리로 하여금「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확인시켜 주었다. 중국에 이어 2위를 했고, 우리나라 선수가 같은 종목에서 금은동을 모두 석권해 동메달을 양보하는 기발한 일도 생겨났다. 하여튼 금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아시아드의 쾌거가 모든 산업과 경제에 있어서도 계속되어 나가기를 다같이 축원하고자 한다. 이와 아울러 새해 세배를 겸하여 무병장수의 비방을 소개하면, 영국의 보건학자가 45세이상의 성인 7,000명을 대상으로 5년반동안 연구한 결과를 통계적으로 처리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서구사회의 사망원인의 대 부분을 차지하는 성인병은 생활습관을 고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며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