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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원봉사수기
등록일 2001-10-10
조회 2,352

   자원봉사수기

마약퇴치본부에서의 자원활동 : 나의 삶과 자원활동

문도영(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자원봉사자)

  내가 마약퇴치운동본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0년 여름 강원도 고성에서 열린 아ㆍ태 지역 세계 잼버리대회에서였다. 당시 나는 타 기관 소속 홍보 자원활동자로 참여했었다. 내가 있던 블록 안에는 여러 기관이 부스를 설치하고 캠페인과 기관홍보를 하고있었고 그 중 한 곳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였다. 그 곳에서 사흘 정도 지내던 어느 날 마약퇴치운동본부에 2명의 새로운 자원활동자가 도착을 하였는데 J형과 형의 애인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들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휴가기간에 자원활동을 하러 왔다고 했다.

  이 뜨거운 곳에서 자신의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황금 같은 휴가를 쓰다니... 당시의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자원활동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며 무엇 때문에 이 곳에서 휴가를 보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루하루 지내면서 J형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J형은 단지 즐겁기 때문에 이 곳에 왔다고 했다. 자원활동을 자신의 생활과 분리시켜 보지 않고 그 자체를 생활화시킨다는 의미였다. 그것이 내가 자원활동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의 차이였던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자원활동은 지속적으로 하고있었지만 그것이 내 생활자체에 녹아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단지 자원활동이라는 것을 항상 의식하면서 활동했을 뿐이었다.

  지금 나는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그리고 지난 해 여름 J형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여름 휴가를 받아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자원활동자로 무주 덕유산에서 열린 세계 걸스카우트 야영대회에 참가했다. 자원활동의 진정한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고싶어서였다. 물론 친형 같은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자원활동 담당자 D형과의 개인적인 친분도 나를 움직인 요소 중 하나였지만...

  7월 25일 마약퇴치운동본부의 홍보차량에 탑승하여 설레는 마음을 안고 무주를 향해 출발했다. 차량의 속도는 느렸지만 덕유산의 빼어난 절경과 좁은 시골길 옆에 소박하게 자리잡은 옥수수 밭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집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나로 하여금 모든 것을 잊게 할만큼 정겹고 포근했다.

  4시간여의 긴 여행 끝에 드디어 덕유산 국립공원 야영장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 있는 마약퇴치운동본부의 부스는 야영장 꼭대기 좁은 길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먼저 물품을 부스에 옮겨놓고 본부에 가서 숙소와 지원물품을 요청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대답은 잠을 잘 수 있는 텐트도 침낭도 지원이 안되며 30도 경사진 돌밭에 위치한 부스 바닥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서 자라는 것이었다. 분명 사전에 숙소가 제공된다던 말과 달리 주최측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권 이외에는 그 무엇도 제공되지 않으며 부스에서 자기가 곤란하면 차라리 민박을 하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고단한 캠프생활의 시작을 암시해주는 순간이었다. 황당한 기분으로 대강 저녁을 먹고 첫날밤을 맞이했다. 숙소가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준비한 것은 돗자리 하나가 전부였다. 다행히 비어있는 텐트가 하나있었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얼음 같은 냉기에 몇 시간만에 일어나 추위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스에서는 본부를 알리고 마약류 근절을 위한 캠페인활동을 했다. 야영장에는 1만 여명의 참가자가 있었기에 부스를 비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원활동 틈틈이 과정활동을 즐기고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을 사귀겠다는 내 희망찬 계획은 '아침식사 → 부스 → 점심식사 → 부스 → 저녁식사 →휴식 후 잠자리'라는 엄청나게 단순한 하루일과와 함께 덕유산의 깊은 어둠 속에 묻혀버렸다. 정말 나의 소중한 휴가가 사라지는 것 같아 몹시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한증막 같은 더위, 불편한 잠자리, 단순한 일과, 사방이 다 막혀있는 야영장... 이 모든 것들은 점점 나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에게 기쁨을 준 것은 홍보활동을 위해 참석한 다른 여러 사람들과 만나 친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 정말 괴상하게만 생각이 되었던 라엘리안 무브먼트의 UFO 아저씨들, 건전 그 차체였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한국 에이즈 예방협회에서 나오신 분들과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평범하지는 않은 그들의 삶과 생각들을 듣고 함께 고민도 하고 즐거워도 하며 보냈던 시간들이었다. 조금씩 그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기쁨을 찾으며 끝날 것 같지 않던 야영대회도 끝나가고 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감하고 맞이한 무주에서의 마지막 밤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며 검은빛 맑은 하늘을 갈라놓았던 무수한 별똥별들... 그렇게 밤은 많은 추억들을 가슴속에 남기며 시간은 새벽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5박 6일의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마약퇴치운동본부 부산지부의 바다캠페인을 지원하고 부산광역시에서 주최하는 해변축제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부산으로 출발했다. '이번에는 어떠한 일들과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설레임을 안고 달린 고속도로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 YMCA 건물 3층에 위치한 마퇴본부 부산지부에 가서 지부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가져온 물품들을 옮겨놓았다. 조금 있으니까 J형도 휴가를 받아 부산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드디어 마퇴본부의 자원봉사 V-Club의 막강 멤버가 뭉치는 순간이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해변에서의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분주하게 최선을 다해서 움직였고 이들의 열정은 광안리의 살인적인 햇볕조차 꺾지 못했다. 그렇게도 성심 성의껏 일하는 부산의 자원활동자들을 보며 정말 가치 있는 일들의 소중함과 그들이 흘리는 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다음 날 개최된 해변축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가 많은 시간이 지연되어 그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3-4시간여를 기다리는 와중에서도 부산의 자원활동자들은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매우 피곤했다. 무주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와 계속된 육체노동, 그리고 부산에서의 물품 정리 등으로 난 많이 힘들었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그들을 보며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행사에 쓰인 물품들을 다시 부산지부 사무실로 옮겼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3층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물품들을 이고, 지고 옮겨야했다. 8박 9일의 자원활동 중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일을 끝낸 후 극심한 피로에 쓰러질 것 같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뿌듯함이 솟아나고 있었다. 즐거움과 함께 행복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내가 만일 이 곳에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놀러갔다면 이러한 기분들을 느낄 수가 있었을까? 아마 절대로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놀러가서 즐거웠던 일들이 기억 속에 남기보다는 다시 업무에 복귀해야한다는 착잡함만이 남았을 것이다.

  힘들었지만 보람되고 즐거웠던 시간들, 나에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들, 무엇인가 내 자신이 아닌 타인과 우리 사회를 위해 작지만 소금 같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 들이 자원활동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함인것 같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원활동을 왜하는가에 대한 의문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은 단지 점수를 따거나 시간 때우기, 또는 자원활동을 위한 자원활동이어서는 안된다. 내가 지금 하는 이 활동들이 타인과 우리 사회에 대지를 적시는 한 방울의 빗물이 되어 그것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 사회들 건강하고 밝게 만들며 함께 살아가는 기반들 다지게 된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언젠가 내가 타인을 위해서 기울였던 그 열정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오리라는 것을 이번 자원활동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는 내년에도 이 즐거운 여행을 다시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여행을 마친 후 한 점의 후회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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