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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도 안걸린다는 여름철 기침 이야기
등록일 2002-10-15
조회 2,934

 

기획특집- Health Park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철 기침 이야기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가만히 앉아 있어도 육수(?)가 흐르는 한여름에도 기침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찬바람 쌩쌩 부는 겨울에 콜록거리는 것은 그러려니 하는데 땀 찔찔 흘리면서 콜록거리면 왠지 사람이 부실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여름엔 개도 감기에 안 걸린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예로부터 여름감기는 꽤나 무시를 당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기침하는데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침이라는 것이 병명이 아니고 증상이라는 사실은 아시지요? 뭔 말이냐구요? 아, 그러시면 요번 기회에 병명(진단명)과 증상에 관하여 정리해 둡시다. 감기, 폐렴, 기관지염, 폐결핵, 폐암, 빈혈과 같은 단어는 병명이고 기침, 콧물, 목의 통증, 열, 구토증, 어지럼증 등은 증상을 일컫는 단어들입니다. 아직도 감을 못 잡으셨다면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 감기라는 ‘병명’은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하며 기침, 콧물, 열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하지만, 기침을 한다고 해서 모두 감기에 걸린 것은 아니며 기침이란 감기, 폐렴, 폐결핵과 같은 여러 가지 질병의 한 ‘증상’일 뿐인 겁니다. 일반인들이 제일 잘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빈혈이란 사람 몸 속의 적혈구 총량이 부족한 ‘병명’이고 어지럼증은 빈혈이라는 병의 한가지 ‘증상’이지만 빈혈이외에 다른 병에 걸렸을 때도 얼마든지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적인 증상과 해당 병명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것을 진료실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어지럼증이라는 증상을 경험하고는 나는 빈혈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기침을 며칠 하게되면 감기에 걸렸다고 속단하는 것은 맞을 수도 있지만 잘못된 판단일 경우가 더 많다는 말입니다. 이쯤하고, 다시 기침이야기로 돌아갑시다.

  기침이란 한가지 병을 의미하지 않고 감기, 폐렴, 기관지염, 천식, 위식도역류 등 여러 가지 질병의 한가지 증상이라는 점을 이해 하셨는지요?   그런데 기침 자체는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침을 통하여 기관지의 이물질을 배출하기도 하고 가래가 폐에 차지 못하도록 배출하는 역할도 하게되므로 우리 몸을 지키는 일종의 방어기전인 셈입니다. 쿨룩거리는 것이 보기 안쓰럽다고 무작정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쓰는 것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기 끝에 기침이 오래가는 경우에 폐렴이나 축농증과 같은 감기의 합병증을 의심해야 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경우는 감기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의 염증 때문에 기관지가 예민해져서 다른 감기 증상이 대충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기침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는 은행을 구어 먹거나 도라지나물이 좋고 따끈한 꿀차나 배즙 등을 마시는 등의 민간요법만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너무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만성 기침이야말로 주의해야 할 증상입니다. 

  얼마전 이웃집에 사는 영민 아빠가 진료실을 찾아왔습니다. 이유는 기침이 3주간이나 계속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절적으로 감기가 흔한 때도 아니고 하여 자세히 다른 증상에 대하여 물어 보았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야근이 잦긴 하였지만 쉬이 피로하고 가끔씩 미열도 느껴진다고 합니다. 짚이는 게 있어서 체중에 대하여 물어보니 2개월 사이에 4kg 정도 빠진 것 같다고 합니다. 몇 가지 혈액검사와 가슴사진, 그리고 가래검사를 했더니 폐결핵이 발견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결과를 말씀드리자 영민 아빠의 안색이 변하면서 풀죽은 목소리로 제게 물으십니다.  “폐결핵이면 전염되는 병 아닌가요?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이전에 우리가 못살던 시대에는 폐병이 매우 흔했습니다. 옛날 영화를 보면 고독해 보이는 예술가들이 콜록거리며 가래를 뱉아내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매우 흔했습니다. 그만큼 결핵이 흔했기 때문인데 이 병은 사회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환경위생이 나아지면서 많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결핵 환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 병은 공기중의 결핵균이 호흡기를 통하여 감염되는 것이므로 결핵환자와 함께 사는 가족에게 전염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에게 잘 옮게 되지요. 그래서 영민 아빠처럼 폐결핵으로 처음 진단 받은 경우에는 함께 사는 가족 모두가 흉부 방사선 촬영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이 검사에서 아직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환자에게 결핵약을 복용시키고 약 2주 가량만 마스크를 착용한다든지 아이들을 친척집으로 옮긴다든지 하면 전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가 결핵약을 복용하고 2주쯤 지나면 전염력은 거의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더욱 안전하게는 다시 가래검사를 하여 결핵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영민 아빠의 경우 주일학교 반사일을 아주 그만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약물복용 후 결핵균이 사라지면(약 2주후) 몸에 무리가 되지만 않는 범위에서 얼마든지 아이들과 접촉을 하셔도 됩니다. 설명을 다 들은 영민 아빠의 눈에 안도의 빛이 돌았습니다.

“음식은 무얼 조심해야 하나요? 돼지고기 닭고기는 해롭겠지요...”

일단 진단명이 붙으면 열이면 열명의 환자들이 조심해야 할 음식의 종류를 물으십니다. 아마도 전통의학에서 말하는 체질론 때문에 어떤 음식은 해롭고 어떤 음식은 좋다는 개념들이 깊이 뿌리내려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양의학의 개념으로 보면 아주 특별한 음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입니다. 물론 과학적으로도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병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통풍환자는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육고기류나 술을 금해야하고, 고혈압환자는 짠 음식을, 당뇨환자는 단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흔히 오해하고 계시는 염증에 돼지고기 닭고기가 해롭다는 말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이러한 개념이 없이 돼지고기 닭고기를 주식으로 삼는 서양인들이 한국사람보다 염증치료가 잘 안 된다는 말은 들여보지 못했습니다. 폐결핵은 몸을 축내는 매우 소모적인 병입니다. 더구나 한번 발병하면 심하던 심하지 않던 간에 최소한 6개월 이상은 결핵약을 열심히 복용해야 합니다. 이 기간동안에 안 그래도 기력이 약한 폐결핵환자에게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고기 닭고기를 금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폐결핵의 치료를 위하여 이렇게 오래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결핵균은 2주정도면 안 나오고 기침이나 체중감소 같은 증상도 치료 시작 후 한 달 정도면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때 만일 치료를 중단하면 병은 다시 재발하고 재발한 폐결핵은 같은 약에 잘 듣지 않게 됩니다. 이를 내성이 생겼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렇게 내성이 생긴 결핵균을 죽이는 약이 아주 제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의사선생님이 완치 판정을 내릴 때까지 끝까지 참고 약을 드셔야 합니다. 대략 결핵의 심한 정도에 따라 6개월에서 1년정도 약을 장기 복용해야 합니다.

 

Summer . Fall 2002 - 아름다운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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