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주일경 (성균관대 마약류 의존자 상담.재활 전문가 과정 전담교수) 본 글에서는 미국 뉴욕주의 OASAS(Office of Alcoholism and Substance Abuse Services)산하 ATC(Addiction Treatment Center)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이들 기관들의 약물 남용 및 의존자에 대한 개입의 기본 철학과 프로그램 운영의 기본 원리를 고찰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일부 치료 및 재활 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국 뉴욕주의 약물 남용 및 의존자의 프로그램을 고찰함으로써 한국의 마약류 남용 및 의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통찰을 얻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이다. OASAS는 뉴욕주에서 운영하는 약물 남용 및 의존자를 위한 연구, 교육, 직원 훈련, 치료 및 재활을 통합하는 정부기관이다. 기관장은 뉴욕 주지사가 맡고 있으며, 뉴욕주 전역에 걸쳐 13개의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각 기관은 각 지역의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얼바니(Albany)에 소재한 본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각 기관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고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성격은 본부의 훈령아래 비슷하다. OASAS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요약하면 중단기 입원 치료 모델이며 클라이언트의 동기강화에 기초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총 8,200명의 클라이언트가 이 기관에서 치료 및 재활을 받았으며, 평균 거주 기간은 27일 간이었다. 입원자격은 제한이 없으며, 본인의 단약 의지만 있으면 간단한 사전검사 절차를 거쳐서 입원이 허용된다. 이러한 자발적인 클라이언트 이외에도 다른 기관의 의뢰로 입원하는 클라이언트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본인의 단약 의지만을 입원을 위한 사정기준으로 정하지만, 일단 입원이 허용된 후에는 내과 의사에 의한 신체검사, 정신과 의사에 의한 정기적인 정신과 검사를 시행하여 환자의 의무 기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입원비용은 주 정부의 지원으로 전액 무료이나, 클라이언트가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할 경우에 한하여 입원비중의 일부를 클라이언트의 의료보험 회사에 청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OASAS ATC 산하 13개 기관 중에서, 필자가 인턴 과정을 이수한 크리드모어(Creedmoor) ATC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크리드모어는 뉴욕시내의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병원인 ‘Creedmoor Psychiatric Center’ 에 부속되어 있으며, 26 개의 침상을 가진 약물 남용 및 의존자 치료를 위한 중소규모의 입원 시설이다. 기관장은 사회복지사(social worker)이며, 그 산하에 정신과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원, 운동치료사, 카운슬러, 기타 행정 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입원중인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자발적인 클라이언트이며 이들이 주로 남용하였던 약물은 크랙 코케인, 헤로인 등이 대부분이다. 이 기관은 심한 정신과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클라이언트만을 대상으로 입원을 허용하기 때문에 일종의 half-way house 의 성격을 가진다 할 수 있으며, 최대 입원 기간은 28일이고 일 회에 한하여 연장이 가능하다. 클라이언트는 입원기간 중에 철저한 금약을 유지하여야 하며, 매일 소변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클라이언트이외에 지역사회의 해독기관(detoxification center)에서 입원 의뢰한 클라이언트가 같이 생활하고 있다. 이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침술 치료(Acupuncture therapy), 그룹 치료(Group therapy), 자조모임(NA), 마약정보그룹(Drug Information group), 재발방지(relapse prevention), 운동 치료(Gym)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 이중에서 핵심 프로그램인 침술치료, 그룹치료, 자조자 모임의 성격 및 그 운영 원리를 설명하고자 한다. 1) 침술치료; 뉴욕주의 “New York State Consolidated Law, article 160, section 8216”은 법적인 자격을 갖춘 시설에서, 일정의 침술교육을 이수한 자에게 침술가가 아니더라도 예외적으로 약물 중독 치료를 목적으로 한 침술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침술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소정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ADS(Acupuncture Detoxification Specialist)라는 자격증을 부여하며, 이러한 자격증 소지자들이 현재 뉴욕주 산하 수많은 약물 치료 재활 프로그램에서 침술을 시행하고 있다. 한의학에 의하면 침술은 기의 자극이다. 즉 바늘을 혈에 삽입함으로써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자 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기의 흐름을 원활하도록 하는 것이 침술이며, 서양의학의 연구 결과는 침술이 체내의 ‘beta-endorphin‘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1991년 NIDA(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에서는 약물 중독자의 치료를 위한 양쪽 귀의 다섯 군데의 protocol을 제정하였다. 동양의 음양이론에 기초하여 약물 중독자들은 음이 부족하고 양이 과다하다는 데 착안하여, 부족한 음을 원상복구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sympathetic, 신문(spirit gate), 콩팥, 간, 허파의 다섯 군데 지점을 자극함으로써 약 50 분간 시술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 침술기간동안, 클라이언트는 명상의 세계를 유지하게 되는 데, 이 시간동안에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육체적 상황을 되돌아보며, 긴장과 분노의 왜곡된 감정의 배출을 시도함으로써, 클라이언트 자신만의 안락한 심리적 상태를 유지하기 된다. 즉 클라이언트의 안정된 심리상태가 치료 및 재활의 시작임을 깨닫게 되며, 이는 침술치료가 반복됨으로써 그 효과가 증가된다. 침술치료는 다음의 세 가지 장점을 가진다. a) 침술치료는 일관성을 제공한다 ; 약물 남용 및 의존자들은 그들의 심리 상태의 불예측성, 비일관성 때문에 역으로 일관된 경험을 갈망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이 남용하는 약물 혹은 그들의 정서 상태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일관되고 있다. 따라서 침술치료는 클라이언트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서 단약 하고자 하는 동기를 반복하여 제공하는 무언의 치료(non-verbal therapy)이다. b) 침술치료는 현재의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약물 남용 및 의존자들은 그들의 행동의 결과를 미래에 투사하거나, 과거의 행동의 결과가 현재의 상황에 연결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클라이언트가 현재에서 편안하게 의지할 영역이 없으면, 미래와 과거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점에서 침술치료는 시술 시간동안에 클라이언트에게 편안함을 제공함으로써 매우 효과적이다. c) 침술 치료는 반복되는 의식(ritual)이다; 클라이언트들이 남용하고 있는 약물은 그 자체의 문화와 그것을 획득하고 사용하는 의식이 있는데,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의식에 만성이 되어있다. 클라이언트들이 그들의 약물 사용을 중단할 경우에는 그들의 중요한 정체성을 형성한 약물 사용의 의식을 중단하여야 하는 데, 이 때 생기는 상실감을 침술치료는 효과적으로 메워준다.
2) 그룹 치료(Group therapy) 이 프로그램의 주요 목적은 클라이언트의 단약을 위한 동기 강화라고 할 수 있다. 7-8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결성하여 클라이언트는 상담가가 제시하는 주제에 의하여 자유로운 토론을 전개한다. 다른 구성원에 대한 인신 비방을 제외한 어떠한 내용도 아무런 구속 없이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클라이언트는 일종의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경험한다. 클라이언트는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는 다른 그룹 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과 동일시하며 이에 따른 공감을 형성하는 그룹의 역동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클라이언트 자신의 변화를 위한 책임과 가능성을 그 전제로 삼는다. 상담가의 과제는 변화를 위한 클라이언트 자신의 동기 부여와 변화의 약속을 강화시키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상담가는 클라이언트와의 자연스러운 래포(rapport)를 짧은 시간 안에 형성하며 클라이언트의 단약 및 재활을 위한 내적 자원들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함으로써 변화를 위한 내적인 동기부여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상담가는 클라이언트의 약물에 대한 무능력과 무기력을 강조하여 이를 직면하는 부정적인 접근이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변화의 가능성, 즉 자기 효율성(self efficacy)을 강조한다. 이러한 상담가의 강화는 그룹 성원들의 격려에 힘입어 그 효과성이 배가될 수 있다. 즉 어떠한 형태의 지도 및 일방적인 지시(예를 들면, “어떻게 하라 ”혹은 “해야만 된다”등의 접근법은 회피한다)는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클라이언트 자신의 자연스러운 변화과정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의존하는 것인데, 그룹의 다이내믹이 가장 귀중한 이용 가능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기강화적 접근은 클라이언트에게 동기가 부여되었음을 가정하며, 비적응적인 클라이언트의 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변형하려는 노력을 추구하며, 훈시, 모범, 직접적인 실행이나 되먹임(feedback)을 통한 특수한 대처 전략을 제시하는 인지-행동 접근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주의하여야 한다.
3) 자조자 모임(NA) NA(Narcotics Anonymous)는 현재 약물 남용 및 의존자들에 대한 재활 개입방법으로서 가장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으며 단약에 대한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개입전략이다. 앞에서 열거한 두 가지의 개입 방법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의 치료 및 재활의 구체적인 기법임에 반하여, NA는 치료 기법이라기보다는 약물 남용 및 의존자들이 자조적으로 서로간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실천 철학 및 행동 강령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가 모든 치료 및 재활 세팅의 모태가 되는 이유는 NA의 원리가 약물 남용 및 의존에 이르는 기제를 남용 및 의존자의 입장에서 핵심적으로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AA(Alcoholic Anonymous)의 원리에서 차용한 NA의 원리의 핵심적인 요소는 클라이언트 자신이 약물에 대한 통제 능력을 상실하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는 약물 남용 및 의존자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이론적 모델 중에서 질병 모델(disease model)을 응용하는 것으로서 이 이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약물 남용 및 의존자는 내재하고 있는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물 의존이라는 그 자체의 병을 가지고 있는 병든 사람이며, 이 병의 가장 주된 핵심은 클라이언트의 약물에 대한 통제의 상실이라는 점이다. 일단 병이 발병하면, 그 병은 항상 현존하는 것으로 간주되며, 약을 끊는 것(abstinence)이외에는 다른 알려진 치료방법이 없는 것으로 약물 의존을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NA 모임에서는 금약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 기법들이 단약에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을 통하여 전수된다. 또한 약물에 대한 유혹이 있을 때마다 클라이언트는 후원자(sponsor)의 도움을 받아 금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NA는 약물 남용 및 의존자들의 심리적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임에서는 단지 약물에 관한 주제만을 논의함을 원칙으로 하며, 금약을 유지하기 위한 각 클라이언트들의 경험담 및 여러 가지 제언들이 서로 공유된다. 클라이언트가 약물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그리고 자기 보다 위대한 어떤 힘(High Power)에 의지하여 자기 자신을 겸허하게 기대지 않는 한 단약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신봉하는 이 자조 모임은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약물 남용 및 의존자에게 단약 및 재활을 위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