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무슨 낯으로 펜을 잡았는지 그저 송구하기만 합니다. ‘불혹’이면 자기 자신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던데 그저 후회와 상처뿐인 지나온 나의 발자취…. 과학이 발달하여 백 살까지 살수 있다던데 그러면 아직 살날이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이 남았는데 무엇 때문에 점점 서글퍼지고 의욕상실감이 들까. 아마도 작금의 현실이 말해주듯 지금은 씻을 수 없는 크나큰 죄를 짓고 참회와 반성의 인고의 세월을 살아가야 되는 무기수라는 신분 때문이 아닐까라고 치부라도 해야 할 것 같다. 하여튼 어두운 과거와 약물로 젖어든 삶이 지금의 초라한 존재로 변모시켜온 것 같아 더 이상 아니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나와 같은 길을 걷지 말기를 부탁하는 심정으로 졸필을 잡았습니다.
배운지 6개월 만에 판매자가 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에서 디스코텍의 책임자로 있었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는 히로뽕을 사용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마약을 만나게 되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오른팔에 투여된 그 약물, 한마디로 머리가 날아갈 만큼 시원해지며 내 생각대로 우주만물이 내 것 같았습니다. 조물주라는 착각, 그 착각의 늪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드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도 좋았는지…. 하여튼 당시에는 이것이 전부고 나의 길이고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전진, 계속 전진만 했습니다.
며칠간 약이라도 떨어지면 대마초나 러미널 같은 것으로 대체하면서 배운지 6개월 만에 투약자에서 판매자로 전환까지 하며 거침없는 시간들을 보내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악은 길게 갈 수 없다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처음으로 시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더 깊은 수렁에 빠지다.
첫 구속이 되어 당시로서는 큰 죗값이 나왔는데 3년이었습니다. 물론 공무집행방해도 함께였지만. 이 긴 세월을 적응하지 못해 공황장애와 금단현상에 동료들과 툭하면 싸우고 화합도 못하는 문제아. 이런 우여곡절의 시간을 모두 보내고 출소하였지만 참된 길을 갈 생각도 없었고, 배운 것이 그 짓이라고 이번에는 더 은밀히 영업을 하면서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대가는 너무도 가혹했습니다.
동업하던(마약장사) 후배가 내가 약물에 빠져있는 사이 백반을 진짜인 것처럼 두고 진짜 물건을 모두 가져가버렸습니다. 2주일 만에 그 후배를 붙잡아 감금,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했더니 그 죄가 강도상해로 되어 5년이란 세월을 사회와 등지고 다시 살아야했습니다. 이 기간에 중ㆍ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제는 마약을 끊어보고자 부단한 노력을 하여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새 출발하여 정말로 한잔(마약)하라며 주는 약을 외면하는 삶, 당시엔 승리하는 삶을 몇 년간 살았습니다.
승리의 삶도 한순간 휴지조각으로.
정확히 3년 이상동안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나에겐 시련은 없고 찬란한 해살을 맞이하는 밝은 날만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풍족한 생활, 좋은 환경이 가까이 있을 때는 마약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것이 지천에 널려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련이 다가오자 어찌할 바를 몰라 좌불안석이 되었고 결국 4년 만에 또 다시이쪽말로 한잔하면서‘고사바리’라는 최하위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업을 하면서 물건값 30만원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동네 선배이며 조카의 아비인 그 사람을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하염없이 후회의 눈물을 흘리지만 이 멍울은 삶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지고 가야 될 참회의 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약의 종말은 너무 끔찍하다.
마약은 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후유증은 쉽사리 가시지 않습니다. 팔에 남아있는 흔적만이 전부가 아니라 괴팍한 성격, 일종의 정신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주 사소한 일인데도 몇 날 며칠을 고심하고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론을 내렸다가 취소했다가 다시 결론을 내리고 하는, 이해 할 수 없는 이런 행동들…. 가끔은 내 자신이 무서울 때도 있답니다. 아마도 삶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지워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자신이 마약의 가해자고 큰 피해자인데 누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돌이켜보면 작은 일이었는데 마약이 개입되어 지각을 마비시켜 고귀한 생명을 경시한 죄, 어찌 씻을 수 있을는지….
두서없고 뒤죽박죽인 이 사람의 글이지만 이것 하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후회만 된다면 괜찮겠지만 정신과 육신을 좀먹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해로운 약, 그 이름은 마약입니다. 참을 수 있는데, 인내라는 글귀를 떠올리며 견딜 수 있는데, 쉽게 가고자하는 나약한 마음가짐이 아름다운 세상과 점점 멀어지는 것인지 나는 몰랐습니다. 이전의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한번만 생각하십시오. 부귀영화와 향락이 전부가 아니라 ‘사랑’, 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부자라 생각합니다. 비록 무기수라는 큰 멍울을 안고 사는 죄인이지만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서 늦었지만 꼭 정도의 길로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향락의 종말이 작금의 현실이었다면 결코 가까이 하지 않았을 겁니다.
<200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발간 수기집 "후회와 눈물 그래도 희망이2"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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